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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식의 지식카페>군인은 적 탐지 ‘누락’이, 법관에겐 판결 ‘오경보’가 더 치명적 오류
성    명  
   천외혜 
  2020-05-06 20:46:1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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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n class="end_photo_org"></span><br><br>■ 인지심리학<br><br>김민식의 과학으로 본 마음 - ⑨ 판단의 두 가지 오류<br><br>경계태세는 과도할수록 안전 보장받을 수 있어… 재판서는 무고한 처벌 없애는 것이 더 중요 <br><br>요즘 미디어·정치인, 주목받기 위해 오경보 남발… 팩트체크 노력 통해 ‘가짜뉴스’ 걸러내야<br><br>세상에는 수많은 신호(signal)가 있다. 건널목 신호등부터 전화가 왔을 때 울리는 신호음, 몸에서 오는 이상 신호, 좋아하는 사람이 보내는 친밀감의 신호, 직장 상사가 보내는 경고 신호, 금융시장이나 시장경제에서 보내는 다양한 신호…. 우리는 그 신호를 탐지하기 위해 오늘도 주의를 기울이며 분주히 살아간다. <br><br>우리가 매 순간 경험하는 상황은 신호가 있거나 혹은 없거나, 이 둘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신호의 유무에 대한 우리의 최종 판단 역시 ‘있다’ 혹은 ‘없다’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모른다’거나 ‘판단 유보’는 제외한다)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신호는 매우 뚜렷하게 나타날 수도 있고 신호가 매우 약하거나 혹은 주변의 방해되는 자극들(노이즈)에 의해 신호 유무의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심리 실험실에서 참가자로 하여금 시작 소리가 들리고 난 후 컴퓨터 모니터에 빨간 동그라미가 나오면 ‘있다’라고 대답하고 나오지 않으면 ‘없다’라고 대답하는 시각 실험을 생각해보자. 빨간 동그라미 자극, 즉 신호가 있을 때 ‘있다’라고 대답하거나 없을 때 ‘없다’라고 대답하면 정답이 되는 간단한 실험이다. 전자를 신호 탐지에서 적중(hit)이라고 부르고 후자를 정기각(正棄却·correct rejection)이라고 부른다. <br><br>빨간 동그라미가 빈 화면 중앙에 선명하게 제시된다면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참가자라면 틀릴 이유가 없다. 그런데 만일 빨간 동그라미의 크기가 매우 작고, 화면에 마치 안개나 모래가 흩뿌려져 있는 것처럼 노이즈가 많고, 제시 시간도 매우 짧다면 틀린 대답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때 틀린 대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신호(빨간 동그라미)가 제시되지 않았는 데도 ‘있다’라고 하거나(오경보·false alarm) 제시됐는 데도 ‘없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누락·miss)이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span><br><br>이 두 가지 오류는, 하나를 피하려고 하면 다른 하나가 늘어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 두 가지 오류 중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오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오류를 피하는 것이 나을까?<br><br>가령, 적기의 출현을 감시하는 공군 레이더 탐지 병사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적기는 이 병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신호이고, 이 신호가 나타난다면 경보 단추를 눌러 아군의 전투기도 서둘러 이륙을 해야 한다. 하지만 레이더 화면에는 적기의 신호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해 신호, 즉 노이즈가 있기 마련이다. 민간 항공기나 날아가는 철새 떼 등 여러 노이즈가 나타나고 레이더 탐지 병사는 이런 노이즈로부터 신호를 구분해내야 한다. 하지만 잘못 구분하게 되면 두 가지 오류가 발생하는데, 적기가 나타나지 않았는 데 단추를 누르는 오경보와 적기가 나타났는 데 단추를 누르지 않는 누락 오류이다. 어떤 오류를 피하는 것이 중요한가? 다시 말해서 어떤 오류를 범하는 것이 더 치명적인가? 필자가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 적기를 탐지 못 해서 일어나는 손실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즉 레이더 탐지의 경우는 오경보 오류보다 누락 오류를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br><br>만일 레이더 탐지 병사가 노이즈를 신호로 착각하여 오경보를 했다고 하자. 아군의 전투기도 비상이 걸려 출격하는 등 소동이 일어날 수 있고, 그 책임을 물어 그 병사에게 심한 처벌이 내려졌다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 레이더 병사들은 오경보를 피하기 위해 단추 누르는 판단을 매우 신중하게 할 것이고 그에 따라 오경보 오류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적기가 정말 나타났을 때 누락하는 오류는 증가하게 되어 있다. 즉, 오경보 오류가 줄어드는 대신 누락 오류는 증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경보에 대해 심한 처벌을 하는 지휘관은 자신이 누락의 오류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br><br>이제 다른 상황을 생각해 보자. 판사가 죄(신호) 있는 사람에게 유죄, 죄 없는 사람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죄 없는 사람에게 유죄라고 하거나(오경보 오류) 죄 있는 사람에게 무죄 판결(누락 오류)을 내릴 수 있다. 당연히 두 가지 오류 모두 없으면 좋겠지만, 이런 오류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독자들은 어떤 오류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판단 기준과 가치가 변하기도 했지만, 오늘날 많은 국가는 여러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누락 오류보다는 오경보 오류를 범하는 것이 더 치명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br><br>신호와 노이즈가 상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신호를 탐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그 판단이 늘 맞는 건 아니다. 신호를 탐지하는 일은 인간이 하는 일이고 따라서 주의를 비롯한 인간의 인지 과정이 관여한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인간의 신호 탐지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연구해 왔다. <br><br>앞서 언급했듯이 두 오류 중 어떤 오류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냐에 따라 우리의 판단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신호를 탐지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신호나 혹은 신호 비슷한 것에 대해서도 ‘있다’고 판단하게 되고, 그에 따라 적중률도 높아지지만 오경보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즉, 이런 ‘진보적’ 판단에는 신호에 대한 적중도 증가하지만 오경보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에 뚜렷한 신호에 대해서만 ‘있다’라고 하는 ‘보수적’ 판단은 오경보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누락 오류의 증가는 감내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과학적 연구들은 보수적 판단을 많이 한다. 적어도 과학적 발견에 있어서는 누락 오류를 범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경보 오류를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많은 과학자는 생각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어차피 호기심 많은 과학자의 연구는 계속되고 누락된 것은 언제든 다시 발견할 수 있지만 오경보를 통해 없는 신호를 있다고 하면 그 잘못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계속 잘못된 후속 연구나 조치들이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급한 문제, 가령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과 관련된 연구의 경우,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는 신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오경보의 오류를 감내하더라도 연구결과가 발표될 수도 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span><br><br>신호라는 것은 단순한 불빛이나 신호음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정보나 정보들의 복합체일 수도 있다. 감각적 신호를 탐지하는 것은 실제로 신호의 강도가 주변의 노이즈로부터 얼마나 뚜렷하게 구분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신호가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지도 영향을 준다. 공항 검색대 엑스레이 영상에서 가방 속에 총기류가 있다면 반드시 탐지해야 하지만, 이런 일이 일 년에 한두 번 발생할까 말까 한다면 실제로 이 신호(총기 영상)를 탐지하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또한 총기류에는 여러 다양한 모양이 있기 때문에 한두 개의 정해진 신호가 아닐 때는 더욱 탐지가 어렵다. 미국에서 유방 조형술로 암이 발견되는 확률은 약 0.5%로 알려져 있고, 방사선과에서 더 희귀한 암 징후는 그보다도 더 낮은 확률로 발견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극도의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신호는 설령 그 신호가 나타났을 때라도 그것을 정확하게 탐지하는 비율 역시 떨어진다. <br><br>조지워싱턴대 심리학과의 스티븐 미트로프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공항 검색대나 병원 방사선과처럼 위험물체나 암의 징후를 탐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실제로 중요한 신호를 놓치는 요인들을 연구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호들이 나타나는 빈도뿐 아니라 찾아야 하는 신호가 여러 개일 때나 신호의 모호함 정도가 높을 때 신호 탐지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시각적 탐색은 탐지자의 성격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성격 검사에서 성실성(conscientiousness) 척도와 특히 관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br><br>이러한 발견을 실생활에 응용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신호를 탐지하는 일에 적합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는 일부터, 업무 환경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신호의 빈도를 의도적으로 증가시키는 방법(예, 가방에 총기 모형을 넣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함), 특정한 신호만을 탐색하도록 분업시키는 방법(예, 어떤 사람은 마약만을, 어떤 사람은 총기류만을 검색하게 함)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br><br>최근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특정한 신호의 빈도 변화가 그 신호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에 변화를 초래하는지 연구한 바 있으며, 그 결과 신호의 빈도 변화는 같은 참가자의 판단 기준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 역시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개인의 판단이 언제든 변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의 판단을 단지 그 사람의 의지나 의도만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br><br>대중을 상대로 하는 미디어나 정치가들이 보이는 행태는 어떠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약품이나 위험한 소독제를 언급하는 일이나, 언론과 정치인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상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뉴스를 내보내는 것은 오경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관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중은 보수적으로 누락하는 오류에는 둔감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신호를 알리는 (그래서 오경보도 함께 증가하는) 대중매체와 정치인에게 주목한다. 어떤 신호, 혹은 신호 비슷한 것이라도 먼저 얘기하면 주목받고, 틀려도(오경보) 크게 책임지지 않는 일들은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현명한 독자라면 적중하는 빈도와 오경보 빈도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아무리 적중률이 높아도 오경보 비율 역시 높다면 그저 주목받는 것에만 열중하는,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팩트체크(factcheck)를 확대하는 노력은 그런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br><br>■ 용어설명<br><br>오경보와 누락 : 신호를 탐지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두 가지 오류로는 오경보(false alarm)와 누락(miss)이 있다. 신호가 없는 데도 있다고 하는 게 오경보, 반대로 있는 데도 없다고 하는 게 누락이다. 이런 오류의 발생은 신호의 강도와 신호 탐지를 방해하는 자극(노이즈)의 유무 및 강도, 신호 발생 빈도, 탐지해야 할 신호의 가짓수 등에 영향받는다. 오경보와 누락은 둘 중 어느 하나를 피하려 하면 다른 하나가 늘어나는 속성이 있다. 둘 중 어느 오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br><br>[ 문화닷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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